[김용택 칼럼] 철학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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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철학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0.02.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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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무엇인지 철학의 철자도 모르고 살다 나이 40이 훨씬 넘어서야 만난 철학. 그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책사라는 책사, 일요일이 되면 헌책방을 중독된 사람처럼 찾아다니다 만난 철학서적 그래서 낡고 때묻은 철하서적 한권을 발견하면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으로 신이나 했던 시절이 있었다.

책사에서 철학이라는 철(哲)자만 붙어있는 책이면 모조리 다 구해 읽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그리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학교에서 배운 학문은 남이 본 것, 남이 느낀 것, 남의 이론과 법칙을 외우느라 시간을 다 허비한 것 같았다.

철학에 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소설을 읽지 못했다. 아니 읽을 수가 없었다. 하루에 3~400쪽짜리 사회과학 책을 독파하면서도 당시 읽은 소설은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나 대학가 근처에서 몰래 구한 ‘민중의 바다’ 상, 하가 전부였다.

홈페이지 인기가 상종가를 치르던 시절, 나는 지인의 도움으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고 그 홈페이지에다 겁도 없이 ‘내 생각’을 올려놓기도 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고신파 장로교회 권사였던 내가 유물론에 심취하면서 그랬다. 나는 지금도 블로그 글을 그만 쓰고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직을 그만두면 앉아서 옛날 혼자서 읽었던 철학을 정리해 청소년들이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다.

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런데 왜 세상이 온통 가짜뉴스니 보이스피싱과 같은 스팸이 판을 치고 있는데 피해를 당하는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종합대책은 세우지 않을까?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된지 언젠데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골목마다 CCTV를 설치하고 학교담당 경찰을 배치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것일까? 멘붕시대에 방황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재교육(철학)을 하지 않을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데 왜 비상대응책(철학)을 마련하지 않을까?

지식이 아니다. 필요하면 인터넷을 뒤지면 쓸 만한 정보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학교는 아직도 아날로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식정보가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 선악과 진위(眞僞)를 분별하고 시비(是非)를 가릴 수 있는 안목(眼目)이 필요한 세상이다.

세상을 보는 눈을 자본이 만든 안경으로 보도록 길들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이기주의, 선악이 아니라 기회주의, 감각주의... 자본의 시각이 판단의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 자본이 만든 가치관 경쟁, 일등지상주의 쾌락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원칙 없는 무한경쟁으로 승자만 살아남는 경쟁을 부추기면 모든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자본의 시각으로 만드는 세상. 이윤이 선악(善惡)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만드는 먹거리는 건강을 지킬 수 있는가? 세상인 하루가 다르게 마실 물, 숨 쉬는 공조차 오염되고 인수전염병까지 창궐하는 세상, 사람을 만나기 무서운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광우병도 모자라 조류인플루엔자, 일본 뇌염, 사스, 메르스, 우한 코르나 바이러스...’까지. 그치지 않고 계속 나타나는 것일까? 현대의학을 비웃는 이러한 병들은 인간의 절제할 줄 모르는 욕망이 불러온 자업자득은 아닌가?

자본이 만드는 세상, 자본에 점력당한 세상은 가치혼란의 시대, 멘붕시대를 만들고 있다.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생각이나 행동이 이상한 사람들이 날뛰고 있다.

여성이 길을 걷기 무서운 세상, 아파트 소음으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살인까지 불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철 안이며 화장실까지 파고드는 몰래카메라. 묻지 마 범죄가 왜 그치지 않는가? 청소년들의 폭력은 개인의 도덕성 실종 때문이기만 할까? 교육수준이며 소수준은 높아가는데 왜 삶의 질은 거꾸로 가고 있는가?

이런 세상에 철학을 가르치자면 색깔 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물론은 빨갱이 철학이라서 안 된다는 것이다. 유물철학이든 관념철학이든 병을 고치는 게 의사 아닌가?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인가? 목적 없이 사는 사람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로 승자를 가리는 세상은 공정한 세상인가?

삶의 공간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는데 그 많은 지식인들... 미래학자들... 환경운동가들... 정치인들... 평화운동가들.... 그들은 어디 있는가? 이대로 가면 몇 세기 후에도 지구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철학 없는 세상은 자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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