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검찰, 이제는 제 머리 깎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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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검찰, 이제는 제 머리 깎아야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20.02.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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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공수처 만들어야

【팩트TV-이기명칼럼】 외과 의사인 친구가 아들이 다쳐 수술했다. 만나서 물었다.

“수술은 잘됐냐?”

“내가 안 했어.”

제법 실력파로 인정받는 외과의인 친구가 아들 수술을 직접 하지 않았단다.

“못 하겠더라고. 친구에게 부탁했어.”

자식 몸에 칼을 대지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자칫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인가. 자신의 의술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 자식 몸에 칼을 대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이 있다.

‘고슴도치도 내 새끼는 함함(예쁘다)한다’고 한다. 어찌 고슴도치뿐이랴. 인간도 별거 아니다. 자식을 여럿 기르다 보면 별의별 놈이 다 있다. 말썽만 부리고 매를 들어도 안 되고 결국 두 손을 든다. 포기한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진출처 - 대검찰청 홈페이지)
(사진출처 - 대검찰청 홈페이지)

■ 못 된 검사도 내 새끼다

못된 짓 하다가 걸린 검사가 은근슬쩍 어물어물 넘어간다. 상갓집에서 부하 여검사의 엉덩이를 더듬은 안 모 검사장이 걸렸는데 어떻게 처벌이 됐는지 국민들은 모두 안다. 피해 당사자인 서지현 검사가 폭로했다. 나도 칼럼을 썼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람이 아니다. 윤 모란 자의 별장 성 접대 사건은 어떻게 됐는가. 그 주인공도 검찰 출신이다.

많고 많은 검찰 식구 중에 이런 인간 저런 인간 어떤 인간은 없으랴. 제갈공명에게 면접 심사를 하라 해도 도리가 없을 것이다. 머리가 좋아서 대학 들어가자 고시에 합격한 수재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익은 벼의 겸손을 배웠으면 좋으련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런가 하면 9번 만에 고시에 합격한 대기만성형 검사도 있는데 그렇다고 존경만 받는 것은 아니다.

검사들도 억울할 것이다. 밤을 낮 삼아 법전과 씨름하며 죄진 놈들 벌을 주는 검사가 얼마나 고마우냐. 이런 검사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 욕을 먹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럼 진짜 욕을 먹을 검사들은 누구냐. 이 역시 국민은 다 알고 있다. 법전만 달달 잘 외워서 고시에 합격하고 새파란 20대 애송이가 영감님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모두 옛날얘기라고 하지만 솔직히 검사들 행동을 보면 뱃속이 법전으로 꽉 차 있는지는 몰라도 보다 소중한 것(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 검찰, 왜 이 지경이 됐는가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절 검찰은 힘없는 기관이었다. 안기부 기무사 국세청 경찰보다도 약했다.”

어느 언론인의 칼럼 중 한 구절이다. 나도 목격한 사실이다. 알고 있는 어느 전직 국정원 간부는 당시 검사 정도는 턱으로 부릴 수 있었다고 했다. 요새 말로 검찰이 쪽 팔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검찰이 1987년 민주화 이후 국정원 기무사 등 다른 기관의 힘이 빠지면서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청와대도 눈 아래로 깔아뭉개는 지경이 됐다. 민주화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민주화라는 원님 덕분에 나팔분 격이다.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는 말이 맞아떨어진다. 청와대도 대통령도 처량하게 됐다.

검찰의 행동이 옳기만 하면 옥황상제가 노여워해도 겁날 것 없다. 그러나 지금 검찰이 휘두르는 칼춤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정당한 것인가. 법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말하는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법 집행이 과연 국민의 공감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 과거 공안검찰이 마구 남발하던 극형(사형)이 지금 어떤 역사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가.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건 ‘앞으로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한다. 표창장 한 장이 온 나라를 뒤흔든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도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한다. 10년 후 건물 하나 갖고 싶다는 정경심 교수의 꿈도 매도된다.

지금 검찰의 대문에는 집채 만 한 바위덩어리가 버티고 있어 근접이 불가능하다. 바위의 존재는 무엇인가. 윤석열이다. 무슨 안경을 썼는지 보이는 것이 없다는 평가다. 과연 안 보이는 것일까. 못 보는 것일까.

어렸을 때 하던 동네 축구 얘기 좀 하자. 우리 편이 지게 생겼으면 그때는 까기 시작한다.(반칙) 심판도 없는 동네 축구니, 힘 센 놈 맘대로다. 그러다가 구경하던 어른들에게 혼이 난 다음 정상적인 게임이 되고 우리는 패한다. 이것이 정의다.

검찰청 문을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치울 힘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쯤이야 할지 모르지만 글쎄다. 세계일보란 신문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윤석열이 2등을 했다. 황교안은 3등으로 내려앉았다. 다음에 1등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문제는 착각이다. 착각하면 문제가 된다.

 

■ 검찰개혁, 피할 수 없는 과제

길을 가다가 잘못 들어선 것을 알면 즉시 제 길을 찾아가야 한다. 현명한 사람의 처신이다. 그러나 가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 하는 인간도 있다. 어리석은 인간이다. 결과야 보지 않아도 뻔하지 않은가.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 있는 신종 코로나 질병을 옳다구나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 바보 같은 짓은 빨리 접어라.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퇴치해야 한다. 야당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검찰은 이제 기소할 것이 더 남아 있는가. 써먹을 것은 다 썼을 것 같다. 공수처 설치 반대가 남아 있다고 할지 모르나 지나친 기대다.

“검찰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검찰이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공수처는 매우 의미가 크다.”

대통령의 결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7월 공수처 출범을 못 박았다. 정세균 총리의 단호한 담화를 들었을 것이다. 공수처 설치는 역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윤석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4월 총선에서 한국당이 승리하고 검찰개혁을 비롯한 공수처법이 물 건너간다는 기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옳은 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자식이라 할지라도 필요할 때는 수술 칼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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