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2020 남북관계 풀 절대묘수 ‘미국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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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2020 남북관계 풀 절대묘수 ‘미국을 버리자’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1.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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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별관광 추진…미국의 노골적 방해

올해야말로 남북관계의 대문이 활짝 열릴까? 2020년 1월도 어느덧 중반을 지난 요즘, 정부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간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이후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 접경지역 협력 ▲ 도쿄올림픽 공동입장·단일팀 구성 등 스포츠교류 ▲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 비무장지대(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 ▲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5대 남북협력 방안을 밝혔다. 이 가운데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역점사업이 바로 ‘북한 개별관광’이다.

​지난 17일 정부는 북한 개별관광 전면 허용 추진을 공식화했다. 북측 당국과 실무협의를 통해 먼저 이산가족의 비자 발급을 추진하고 이후 다른 민간영역으로 폭을 넓혀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정부는 유엔사가 관할하는 DMZ(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육로 관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민족의 만남 앞에 큰 장애가 조성되어 있다. 사사건건 남북대화에 간섭하고 제동을 거는 미국의 존재다. 미국은 당장 여러 경로로 남북관계를 우선하겠다는 우리 정부에 재갈을 물리고 나섰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의 발언은 가관이다. 해리스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다음과 같은 망발을 쏟아냈다.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선 한국은 북한과의 어떠한 계획도 한미 워킹그룹을 통하는 게 낫다.”

“문 대통령의 낙관주의가 희망을 만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행동으로 옮길 때는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전례 없는 미국의 적나라한 내정간섭’, 이에 정부는 신속히 대응했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주목해 보자. 17일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면서 “대북제재에 관광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 전제 하에 여러 가지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며 ‘미국을 뺀 남북관계 진전’을 공식화했다. 통일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강산관광을 금지한 5.24 조치를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같은 날 청와대도 해리스 주한 대사의 발언에 대해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남북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렇듯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나선 상황에서, 미 국무부는 17일 “해리스 대사는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한다”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 해법을 막겠단 ‘의지’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애초 미국은 남북관계가 발전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모든 수단 동원해 남북관계 발목 잡은 미국

​분단 뒤 70여년 세월동안 미국은 그야말로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북관계를 발목 잡아왔다. 미국이 중요한 국면마다 남북대화를 족족 발목 잡은 대표 장면들을 소개한다.

​먼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미 재무부는 남북정상회담 성사 직전 별안간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켰다. 잠자코 있던 미국이 정상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미국이 남북관계에 개입하면서 2005년에 있을 ‘뻔’ 했던 남북정상회담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자서전 <운명>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서전 <운명>에서 “(2005년) BDA 동결조치가 남북정상회담까지 동결시키고 말았다 그 바람에 한 1년을 공백으로 흘려보냈다”며 “그 공백 없이 정상회담이 열렸으면 남북관계는 훨씬 많은 진도가 나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은 십 수 년 전인 대통령 비서실장 때에도. 십 수 년 뒤인 대통령 때에도 미국의 방해에 시달려야 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 자주”와 “한반도 전역에서의 무력사용 금지”를 합의했지만 역시나 미국의 방해가 뒤따랐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에 직접 전화해 “9.19 남북군사합의 합의사항을 왜 미리 알리지 않았냐”라며 격분했다고 한다. 이후 같은 해 10월 미국은 ‘제2의 조선총독부’ 한미워킹그룹을 출범시켜 남북협력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제동을 걸었다.

​위 여파는 순풍에 돛 단 듯 척척 나아가던 남북관계에 심각한 지장을 끼쳤다.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하자”며 남측에 전격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이 번번이 한미워킹그룹에서 퇴짜를 놓고, 미국의 눈치를 살핀 남측이 북측의 대화 요구에 묵묵부답하면서 남북대화는 가로막혔다. 평양공동선언 직전까지 남북 간에 활발히 오간 실무·고위급대화마저 중단됐다.

​이밖에도 미국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타진한 통일부의 요구를 깔아뭉갰다. 통일부는 “이번에는 협의가 잘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밝혔지만 그때마다 승인 불가 딱지가 붙은 부메랑(미국)이 돌아왔을 뿐이다.

​시간은 흘러 2019년 연말 북측은 금강산 남측 시설의 전면 철거를 통보했다. 그리고 나서야 남측은 북측에 “실무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북측의 요구는 단호했다. 김연철 통일장관이 미국을 황급히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수모를 겪었을 뿐이다. 남측이 미국의 개입을 허용하면서. 남북관계는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의 명장면은 온데간데없이 대화조차 끊기고 말았다.

남북이 합치면 힘 못 쓰는 미국

​반면 남북관계가 항상 미국에 의해 가로막혀온 것만은 아니다. 남북이 함께 힘을 합쳐 일궈낸 눈부신 성과들도 있었다.

​먼저 김대중 정부 때였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꼽을 수 있다. 남과 북은 미국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분단 이후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켰다. 공식적으로는 ‘환영’한다면서도 마뜩찮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던 미국의 방해를 정면 돌파한 것이다.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을 일주일 앞두고 2000년 6월 8일자 시사저널 보도를 들춰보자. 이에 따르면 미국은 ‘핵과 미사일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넣으라’ ‘미국의 대북 중유 공급이나 에너지 정책과 연계되지 않는 (북측에 대한 남측의) 단독 지원은 곤란하다’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 그런대로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겠지만 만약 약간의 성과라도 있으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상회담 판 깨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남북은 미국의 기대와 다르게 행동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맞잡은 손을 번쩍 치켜들며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경제·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정반대로 남북 합의에서 미국이 바라던 위의 항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남북의 공동행보도 무척 신속했다. 6.15공동선언 직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개성공단 조성을 전격 합의한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미국에 개성공단 추진을 통보했다. 남북이 함께 길을 내다보니 미국도 마지못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남북은 남북정상회담의 의제 하나하나까지 간섭한 미국을 떨쳐냈고 6.15공동선언과 개성공단이라는 값진 민족사를 써 내렸다. 그 결과 같은 해 김대중 대통령은 한민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를 인정하며 우리 민족의 만남을 축복했다.

​뿐만 아니라 남북은 분단 이후 외따로 떨어져 있던 민족의 혈맥도 연결했다. 2000년 9월 18일 서부 경의선, 동부 동해선의 공사를 시작해 도라산 역까지 노선을 연장했다. 2007년 12월에는 개성공단 전용 화물열차도 문산역과 판문역까지 달렸다. 이 역시 DMZ(비무장지대)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유엔사=미국을 뛰어넘어 남북이 주도해 이뤄낸 쾌거였다.

​6.15공동선언부터 철도 연결까지, 앞서 언급한 성과는 십 수 년 전만 해도 모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남측이 한미워킹그룹에 발목 잡혀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지금은, 제3국을 통한 개별관광마저 미국의 노골적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와 무관한 대북사업(개별관광)부터 추진해나겠다는 우회로가 도저히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앞선 사례는 남북이 일단 과감하게 남북이 치고 나서면 미국으로서는 어찌 할 방도가 없다는 ‘진실’을 잘 보여준다. 남측은 방해자 미국을 떨쳐내고 멈춰 서 있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남북 철도 연결 공사를 속행하는 직선주로로 내달려야 한다. 미국이 2~3월께 전면 재개를 노리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기필코 중단시켜야 한다.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미국을 떨쳐낼 때야말로 2020 한반도 평화·번영·통일의 찬란한 꽃길도 열리는 법이다. 미국에 분노하는 국민 여론이 드높고 국회에서는 “주한미군 갈 테면 가라”라는 성명도 나왔다. 언제까지 일일이 미국의 승인에 매달려야 하나. 이번에야말로 내정간섭과 남북관계 방해에 ‘올인’하는 오만불손 미국을 완전히 지워버릴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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