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국민이 묻는다 ‘신중·유약·인내·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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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국민이 묻는다 ‘신중·유약·인내·결단’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9.12.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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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과연 어느 쪽인가

【팩트TV-이기명칼럼】내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렇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가.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 언론멘토단 고문을 평생의 자랑으로 여기며 살았다. 골수 친노와 친문이라는 평가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 대통령은 뭘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황당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뭘 하다니.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질문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하도 시끄럽고 조용할 날이 없다. 오죽하면 청와대 인근 맹아학교 학부모들이 애들이 시끄러워 공부를 못하겠다고 하니 자제 좀 해 달라고 호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인근만이 아니다. 광화문·여의도를 비롯해서 곳곳이 아우성이다.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는 나도 시끄러워 글을 못 쓸 지경이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자유는 코앞 까지의 자유이어야 한다. 남의 코를 건드리면 안 된다. 건드리면 그건 자유가 아니라 폭력이다.

(사진출처 - 민주당)
(사진출처 - 민주당)

■ 연못 속에 폭력

집 마당에 조그만 연못이 있었다. 붕어 같은 물고기들을 기르고 있었다. 먹이를 주면 잘도 받아먹고 그야말로 평화다. 연못에 불청객이 들어왔다. 사나운 물고기다. 연못이 수라장이 됐다. 이유는 바로 불청객 물고기가 붕어들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싶어 꺼내 버렸다. 연못은 다시 평화가 깃들었다. 평화가 이런 것이구나. 교훈이다.

요즘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에는 검찰이 있다. 검찰이 무엇인가.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는 법적 기구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솔직하게 털어놓자. 난 검찰 얘기만 나오면 구역질을 한다. 머리가 아프다. 나만 그런 것일까.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 그중에서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언론개혁의 여론이 높다. 특히 검찰개혁은 무려 80%에 가까운 국민이 찬성이다. 왜 이럴까. 검찰이 답해야 할 것이다.

검찰개혁은 반드시 될 것이다. 권력의 힘이 세다 해도 국민 앞에 무릎을 꿇는다. 대통령도 감옥에 보낸 국민의 힘이다. 공수처법이 국회에 올라갔다. 지켜볼 일이나 반드시 통과되리라 믿는다. 한국당이 아무리 필리버스터라는 녹슨 칼을 휘둘러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목이 쉬어서 말도 못할 것이다.

자살한 전 특별감찰반원은 윤석렬에게 아낌을 받은 직원이다. 왜 미안하다고 했을까. 수사관의 아내는 백원우 민정비서관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누구를 향한 한 맺힌 눈물이었을까.

검찰은 왜 부랴부랴 수사관의 전화를 압수해 갔을까. 의혹투성이다. 의혹 잘 밝혀낸다는 윤석렬 아니냐. 작두 위에서 춤을 추면 용감하다고 칭찬받을까.

 

■ 대통령의 칼은 무엇인가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 시행 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청와대 대변인은 공개적으로 경고를 했고 검찰은 이를 무시하듯 압색을 했다. 마치 한판 붙어보자는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화가 나서 말이 안 나온다. 비서실장은 뭘 하는 거냐.” “대통령은 뭘 하고 있어. 개 데리고 산책하시나.” 늙은 친구의 목소리가 떨렸다.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느냐고 할지 모른다.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 검찰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느냐고 할 것이다. 박정희·전두환 시절이면 새끼손가락 한 개로 검찰쯤 맘대로 부려먹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 ‘잡아들여’ 하면 잡아 오고 ‘아주 보내’ 하면 보낼 수도 있었다. 그 얘긴 그만두자.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혐의가 있으면 압색도 당해야 한다. 청와대가 별건가. 그러나 일에는 갖춰야 할 것이 있다. 국민들은 지금 검찰이 하는 짓이 엿장수 맘대로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쯤이야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검찰의 행위를 멀거니 보고 있어야만 하느냐. 지지자들은 울화가 치민다. 이러다가 청와대 안방도 압색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것 같다.

국민들은 지금 검찰이 무슨 일을 해도 믿지를 못한다. 이렇게 신용이 타락한 검찰도 일찍이 없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은 국민의 기억 속에만 살아 있다.

‘공정한 수사, 인권보호 수사’를 당부했지만, 개혁을 약속했던 검찰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은 국민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검찰이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더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가 또 다른 말을 전한다.

‘대통령은 냉정하게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녹슨 칼 들고 뭘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대통령은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문재인은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 본 사람이다. 공수부대원들의 자부심이다. 그들은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무념의 상태가 된다. 무념무상이다.

대통령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다. 바다와 하늘을 가슴에 안았던 대통령의 속을 나 같은 속인이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작두 위에서는 장난치지 말라. 떨어지면 다친다.” 착각하지 말라. 대통령은 유약하지도 무능하지도 않다. 착각은 자유나 상처는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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