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소리] "친일파 묘사 이승만·박정희 비판 역사다큐 '백년전쟁' 제재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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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친일파 묘사 이승만·박정희 비판 역사다큐 '백년전쟁' 제재는 부당"
  • 서울의소리 정현숙
  • 승인 2019.11.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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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 명예훼손 아니다' 백년전쟁 결론.. 대법원 전원합의체 "방통위 제재 위법"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화면 사진/뉴스1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화면 사진/뉴스1

전직 대통령 두사람의 친일 행적을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한 것은 부당하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 백년전쟁, 두 얼굴의 이승만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다루며 법정 공방으로 간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대법원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방송이 공정성·객관성·균형성 유지의무 및 사자 명예존중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백년전쟁, 프레이저 보고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영한 시민방송 RTV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의 자유를 넓힌 판결로, 향후 유사 사례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대법관 13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다수의견을 낸 7명의 대법관은 방송 내용의 공정성·공공성을 판단할 때에는 매체와 채널, 프로그램의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 "최소한의 균형성 못 지켰다"며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 등이 소수 반대의견을 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방송된 백년전쟁은 이승만과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아 그 적절성을 두고 진보와 보수 세력 간 논쟁을 촉발했다. 다큐는이승만이 기회주의자로서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박정희에 대해서는 친일·공산주의자로 미국에 굴종했으며 한국 경제성장의 업적을 자신의 몫으로 가로챘다고 해석했다.

당시 방통위는 이러한 다큐멘터리에 내용에 대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다뤘다”며 프로그램 관계자를 징계·경고하고 이를 방송으로 알리라고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다큐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알려져 사실상 주류적 지위를 점하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의문을 제기해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한다”면서 편향적인 내용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어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구체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심사한다면, 방송법의 취지 및 공정한 여론의 장을 형성하고자 하는 방송의 역할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인물 평가는 각자 가치관·역사관에 따라 때로는 상반되게 나타나고, 역사적 논쟁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 된다”며 “방송내용 중 역사적 평가 대상이 되는 공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사실이 적시됐어도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백년전쟁 내용은 외국 정부의 공식 문서와 신문기사 등의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칠고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의 내용과 취지를 살펴볼 때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공영방송이 아닌 경우에는 역사적 평가를 다룬 내용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안된다고 판결하면서 향후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시청자 참여용 방송의 표현의 자유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동일한 쟁점 또는 유사한 사안에서 해석의 지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민방송은 2013년 1~3월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등을 방송했다. 방통위는 편향된 내용과 저속한 표현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계와 경고 처분을 내렸고, 시민방송은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시민방송이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고,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별도로 시민방송 제작진은 지난해 2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기사 원문 /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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